검도를 배운지 4달이 지났다.

호구를 쓰고 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한달 반 정도 지났다.

이제야 호구를 빨리 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호면 쓰는 게 어색하다. 

 

한 가지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도 대단하다.

하지만 오래 수련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수련하는 것인 듯 하다.

 

관장님과 사범님, 선배들과 이야기하면서 계속 나오는 소재이지만, 몇 년을 배워도 나아지기 어려운 건 처음에 잘못 들인 습관을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에 잘못 배워두었고 그 방식이 몸에 익는 시간 동안 아무도 그 잘못됨을 바로잡아주지 못했기 때문에 습관이 몸에 베이게 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 습관을 고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되어 버렸다고들 말씀하신다. 검도는 상대적으로 기검체 일치라고 하는, 순간의 바른 자세의 합을 갈고 닦아 나가는 것이 중요한 수련인데, 바른 자세라고 하는 기준이 엄격하다보니 올바르게 배우지 못한 경우의 어긋난 각도를 되돌리기가 그만큼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또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지난 2-3월, 우리 도장에는 성인 관원이 5명이 새로 들어왔다. 그 중 생존자(?)는 나 혼자뿐이다. 모두 생업이 바빠서, 힘들어서, 또는 기타 다른 이유로 도장에서 보기가 힘들어졌다. 

나는 뭐랄까, 이 운동을 더 잘 해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검도는 지금의 나에게는 숨 쉴 구멍이 되어 주는 측면이 있기도 하고, 관원들과의 소통도 잘 해나가고 있다보니 격려와 자극을 받기도 한다. 사범님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해진 날에 도장에 나오시고, 선배도 거의 매일 도장에 나온다. 나는 일주일에 2번은 꼭 가려고 하고, 대부분은 3번을 갔고, 요즘에는 하루에 2타임씩을 운동하고 있다. 그랬더니 정말 운동신경이 바닥에 가까운 나의 모습이 조금씩은 발전해가고 있는 게 보인다. 

 

하지만 검도는 어려운 운동인듯 하다. 몇년 씩을 수련한 선배들도 머리치기라고 하는 궁극의 동작에서 각도나 타이밍, 타격의 강도, 운지법, 발구름, 거리 맞추기 등에서 계속해서 개선할 점이 나온다. 어쩌면 단 하나의 동작일지도 모르는 머리치기라는 타격을 완성해가기 위해 몇 번이고 시도하고 피드백을 얻는다. 마치 국궁이 단 하나의 점인 10점의 중앙을 맞추기 위해 수년간의 수련을 필요로 하듯, 한 번의 타격이 기검체 일치로서 합을 이루도록 하기 위해 수백번 수천번을 연습하는 것이다. 그만큼 끈질기기도 하고, 끈기도 있어야 하고, 집중도 해야하고,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기 위해 날카로워야 하고.. 그만큼의 수련 기간을 견뎌내는 것 자체가 이 운동이 정신 수련이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난 시간에는 관장님께서 공세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다. 서로 중단 자세로 대치했을 때 한 발짝 들어가면서 상대의 목-중심-을 빼앗게 된다. 다시 말하면, 상대방은 중심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중심을 빼앗으면서-빼앗고 나서가 아니라 빼앗으면서 동시에- 머리치기를 한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관장님은 '너무 어려워서 이해가 안 되지?' 라시며 껄껄 웃으셨다. 초보 중의 초보인 나로서는, 이해가 될락 말락한 이야기였다. literally 이해는 되지만 mentally, physically, fundamentally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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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번주로 검도 시작한지 4주차이다.

일주일에 3번씩, 그 중 1번은 2시간을 운동했다.

큰동작 머리치기 1동작, 2동작, 3동작, 후리기, 빠른 머리치기를 배우고, 내 검을 받아주는 상대를 치고 나가는 것까지 운동. 오늘은 허리치기까지 배웠다. 

 

배운 거 생각나는 대로 정리 

1.  검을 내리칠 때 팔 동작이 단계가 있다고 한다. 팔을 들고나서 어깨->팔->손목으로 이어지는 단계가 있는데, 이 단계대로 검을 내리치고 마지막에 손목 스냅을 이용하여 칼 끝에 힘을 주어야 한다. 손목만으로 치거나 어깨만으로 치면 탈이 나면서 반면 힘은 낼 수 없다. 모든 것은 칼 끝에 힘을 모으기 위한 것으로, 마지막에는 칼 손잡이를 손으로 꽉 조인다. 모든 동작을 할 때 칼을 내리면 끝에 양 팔이 펴져있다. 오늘은 허리치기까지를 배웠다. 

2. 빠른 머리치기 할 때 스텝 어렵다 ㅠ 앞뒤로 적절히 점프해야 하고 리듬을 맞춰야 하는데 이때 뒷꿈치가 들려있는 왼발이 오른발과 일직선을 유지하도록 신경쓸 것.

3. 밀어걷기를 할 때도 발 모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전력을 다해 앞으로/ 뒤로 밀어 걷는다. 

4. 대련? 할 때 예절을 배웠다. 꽂아칼 자세에서 상대의 눈을 보고 인사한다. 이 때 허리는 펴고 고개를 너무 많이 숙이지 않는다. 칼을 차고 세 발짝 앞으로 나오면서 중단 자세로 칼을 맞댄다. 있는 힘껏 기합을 지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서 칼의 거리를 맞춘다. 대련을 마치고 다시 중단자세로 칼을 맞댄다. 뒤로 다섯발 가면서 칼을 차고, 꽂아칼 자세를 취한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다. 

5. 큰 머리치기를 할 때, 점프하듯 뛰면서 상대방의 머리를 세게 친다. 이 때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치고, 옆으로 비껴가지 않도록 한다. 칼을 치고 나서 팔을 편 자세를 유지하면서 앞으로 나간다. 머리!!! 기합을 크게 넣는다. 

 

감상 
1. 운동하고 나서 다음날 몸의 근육들이 구석구석 아프다. 근데 이게 무리해서 아픈 근육통이라는 느낌보다는 골고루 운동해서 아픈 느낌이 든다. 몸이 단련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2. 배운 자세를 익히기 위해 연습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기본자세를 배우는 게 고비, 장애물이라고 하는데, 지루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난 지루하다는 느낌은 받은 적이 없다. 더 연습해서 좋은 자세를 익히고 싶은 마음 뿐이다. 관장님이 가르쳐 주신 포인트를 하나하나 기억해서 동작을 할 때마다 적용해보고 변화하는 순간이 기분 좋다. 

3. 검도는 집중력의 운동이라고 한다. 어떤 운동이든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검도에서 유독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건 각 기술을 연마해가면서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상대방과 머리치기를 연습하면서 느낀 건, 검도는 상대와 대련하는 과정에서 대단한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대를 제압하고 정확한 타격점을 맞추기 위해,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 강하게 집중해야만 한다. 

4. 나에게 어려운 건 대련 연습에서 상대를 마주하는 것이다. 관장님은 끝까지 눈을 마주치라고 했다. 눈을 마주치면서 상대와 가까워지는 게 굉장히 낯설다. 정말 새로운 느낌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매우 세게 칼로 내리쳐야 한다. 순간적으로 상대방을 내리칠 때 두려움? 미안함? 그런 마음이 든다. 내가 내리쳤을 때 아프면 어쩌지 하는 그런 마음이 든다. 이건 격투인 걸 알면서도 애초에 누군가를 그렇게 내리쳐본 적이 없기 때문인 것 같고, 호구를 차고 죽도를 맞는 기분이 아직 뭔지 몰라서인 것 같다. 상대를 세게 내리치는 게 어렵다. 하지만 오늘 연습에서는 꽤 세게 내리치기 시작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5. 전력을 다하기. 기본자세, 밀어걷기, 머리치고 나아가는 연습 등을 하고서 운동을 마치고서도 그닥 힘들지 않다. 다른 관원들은 숨을 헉헉대고 있지만 나는 평온.. 아직 호구를 쓰지 않은 초보자여서인가? 라고 안그래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관장님이 ㅇㅇ씨는 체력이 남나봐? 라고 물으시는 것. 그래서 네 어어.. 맞아요 음 제가 열심히 안 하는 건가요 ㅠㅠ 라고 말했는데, 관장님이 "처음에는 전력을 다하기가 쉽지 않아" 라고 하셨다. 뭔가 낯선 말이었다. 전력을 다하기 위해서도, 수련과 시간이 필요하다, 열심히 하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어떻게든 그 순간 열심히 하면 열심히 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했고 보통 열심히 하지 못한다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나? 그래서 더 노력해라-라는 반응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아직 내가 그렇게 내 모든 에너지를 쏟을 만한 레벨이 아니라는 관장님의 말이 깨달음을 주었다. 노력할 수 있는 것, 전력을 쏟을 수 있는 능력은 그 자체로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 기술이다. 나는 초보자라서 몸과 마음을 다하는 방법에서도 초보이기에, 더 집중하고 더 성심성의껏 몰두하는 것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다. 보통은 노력하는 내공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노력을 다하는 수준은 타고 나는 것이고 정해져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 것 같다. 하지만 초보자와 숙련자의 전력 투구는 질적으로 다른 것일 수 있겠구나 하고 순간적으로 마음에 꽂혔다. 

 

재미있습니다.

매일매일 운동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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