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논문..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멀게 돌아왔다.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다.
소진된다는 기분이 뭔지 알게 되었다. 아무리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고, 그렇게 좋아했던 책을 한 자도 읽고 싶지 않고, 하루종일 잠만 자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눈뜨고 싶지 않았다.
석사과정까지 포함하면 이 학문에만 집중한 게 거의 10년이다.
나는 정말 잘 하고 싶었다. 가치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적어도 나에게만이라도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많은 한계가 있었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노력을 많이 했다. 찾을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고 돌아다니고 이런 저런 경력을 쌓았다. 나는 꽤 중심에 있었다. 비록 부족했을지라도 온전히 몸 담으려 노력했다. 겉돌지 않고자 했다.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문제는 나였다. 물론 어쩌면 내가 있는 이 환경의 문제일 수도 있다. 지도교수님 탓을 할 수도 있다. 학교 탓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나였다. 돌아돌아 정착한 이곳은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었다. 소재에 대해 흥미가 느껴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에 걸맞는 방법론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내가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못하는 건 극복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미가 없는 건 극복할 수 없다. 앞으로 수십년간을 이런 문제를 다루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숨 쉬기가 어렵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달 정도면 글을 더 쓰면 논문이 완성된다.
그리고 나는 헤어질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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