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논문..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멀게 돌아왔다.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다.

소진된다는 기분이 뭔지 알게 되었다. 아무리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고, 그렇게 좋아했던 책을 한 자도 읽고 싶지 않고, 하루종일 잠만 자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눈뜨고 싶지 않았다. 

 

석사과정까지 포함하면 이 학문에만 집중한 게 거의 10년이다. 

나는 정말 잘 하고 싶었다. 가치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적어도 나에게만이라도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많은 한계가 있었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노력을 많이 했다. 찾을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고 돌아다니고 이런 저런 경력을 쌓았다. 나는 꽤 중심에 있었다. 비록 부족했을지라도 온전히 몸 담으려 노력했다. 겉돌지 않고자 했다.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문제는 나였다. 물론 어쩌면 내가 있는 이 환경의 문제일 수도 있다. 지도교수님 탓을 할 수도 있다. 학교 탓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나였다. 돌아돌아 정착한 이곳은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었다. 소재에 대해 흥미가 느껴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에 걸맞는 방법론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내가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못하는 건 극복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미가 없는 건 극복할 수 없다. 앞으로 수십년간을 이런 문제를 다루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숨 쉬기가 어렵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달 정도면 글을 더 쓰면 논문이 완성된다.

 

그리고 나는 헤어질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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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없이 한없이 고통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가도 달리기만 하고 오면 살 것 같다

꼭 아파서 죽기 직전 링겔 맞는 느낌 

매일 저녁 조금이라도 달린다 

달리지 않으면 죽어버릴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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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463 -> 74430 

오늘 4천자에 조금 못 미치게 글을 썼다. 2쪽 반 정도 분량인가? 

4시간 정도 글을 썼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박사논문을 쓰는 사람에게 하루 4시간 정도 일 하는 건 너무 직무 유기인 걸까. 

그런데 요즘은 하루에 3-4시간 정도만 작업을 해도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친다. 4시간 정도 지나면 뇌의 모든 기능이 정지해버리거나 아니면 오히려 어떤 기능은 과작동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우울감을 들게 하는 감정 기능 같은 부분 말이다. 

 

오랜만에 달리기를 했다.

비가 내렸다. 하지만 우산은 쓰지 않았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다 보니, 다리가 쿡쿡 쑤시기 시작했다. 팔에는 쥐가 나기 시작했다. 무엇도 할 수 없었지만 더 오래 가만히 있다간 내면이 폭발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또 오늘 하루가 가는 구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마냥 있으려고 했는데, 움직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 자꾸만 샘솟았다.

 

결국, 운동화를 신었다. 런데이 앱을 켜고, 무작정 달렸다. 빗방울이 뺨 위로 쏟아지는 게 느껴졌다. 

빗방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곧 땀에 젖었다. 

그리고 순간 머리가 탁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이거지, 그래 이거지,

이렇게 움직여 줬어야지. 

살아있다면, 움직여야지. 

 

한동안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

밥을 먹으면 눕고, 하루에 10시간 이상은 자고, 

4시간 정도 일을 하면 지치고, 

알 수 없는 답답한 마음에 때론 울다가, 멍하니 있다가, 또 다시 자는 것,

이런 일상의 반복이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괜찮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역시 달리기가 답이었던 것 같다.

몸이 어느 정도 운동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육체적으로는 더 지치고 마음은 울적해지고 오래 앉아있기도 어려운 것 같다. 

의욕을 내기도 어렵고 머리는 더 복잡해지고..

 

30분이라도 달리고 나니까 훨씬 낫다.

자기 전에 한두시간이라도 작업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주일에 3번은 달리기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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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질문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큰 어려움이라는 것이었다. 질문만 있다면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나만의 고유한 질문이 없는 것 같다. 있는 듯하면서도 없는 듯한 이 상황이 좀 답답한 게 사실이다.

어쩌면 그렇게 질문을 찾는 그것 자체가 나의 질문일지 모르겠다. 공부는 학위논문을 작성하는 걸로 끝이 나는 게 아닌만큼 앞으로 계속해서 질문을 찾아야 할진데, 질문을 어떻게 찾아야할지 모르겠다면 졸업을 하고 나서도 이 일을 즐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상황은 나에게 장벽이라고 하기보다는 하나의 산 능선을 넘는 중과 마찬가지이고, 나는 단지 더 높은 장소로 가기 위해 그저 오르고 또 오르는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고 보는 게 현명할 듯 싶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사람들이 어떠한 질문을 어떤 방식으로 제기하여 연구해 나가는지를 유심히 살펴보고자 한다. 


아침에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을 읽었는데, 직관이 먼저이고 정당화는 그 다음이라는 명제에 꽤 감명을 받았다. 인간은 정념의 노예(흄)..감정이라는 코끼리 위에 올라탄 기수로서 코끼리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때로 내 통제를 벗어날 때도 있다. 우리는 먼저 결정하고 그 다음 정당화를 한다. 종교나 도덕, 정치의 문제에 대한 '의견'은 도덕적 '심리'의 발현이다. 이에 따르면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의견을 '논리적인 계몽'만으로 전달하는 건 반박만 일으킬 가능성이 높으며, 그 사람을 설득하는데까지는 가지도 못하고 부정적인 감정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글을 쓸 때도, 내가 나를 설득할 때도, 직관을 먼저 사용해 본다면, 독자와 나의 직관에 먼저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내가 쓴 글을 읽게 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저자 또한 그러한 원리에 따라 글을 썼다고 적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꽤 분량이 많은 책을 읽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직관, 그 다음 추론, 이라는 이론이 나에게 완전히 낯선 개념은 아니고 이제까지 정반대로 살았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분명한 논리로 이해가 되니 뭔가 더 든든해진 느낌. 

 

오늘 아침에는 그에 더해 또 미루고 미루었던 명상을 해 내었는데 정말로 꽤나 마음에 들었다. 단 10분의 시간이었지만 나는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에 일일이 답을 하고자 하지는 않았다. 주의가 흐트러지면 또 내 안으로 가지고 왔다. 나를 느끼고 내 안의 감정과 생각을 흘려보내고 시간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고, 차분하게 마음이 가라앉았고 발 밑의 따뜻함이 느껴졌다. 좋았다! 습관트래커에도 명상을 했다고 체크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ㅎ.

저녁에도, 내일 아침에도, 또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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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a1_ozuUZ3yk

 

유투브에서 추천해주는 음악, 그 중에서도 통앨범은 잘 듣지 않는데

아마 언젠가 추천해준 음악을 들었다가 내 귀에는 맞지 않아서 추천알고리즘이 나와 안 맞다고 생각했던 경험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마법과도 같이' 이 앨범을 클릭해서 듣게 되었고 

3번째 트랙까지 듣는 순간 '마법과도 같이' 빠져들었다.

사운드나 곡의 요소들이 청각을 사로잡아서 도저히 놓아주질 않는구나...

요소요소마다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 깔려있어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생각,

1980년대의 일본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곳이었길래

이런 음악이 나오는가. 

블레이드 러너의 전광판은 일본의 경제적인 풍요뿐 아니라

어느새 이방인들의 영혼까지 빼앗아버리는 저항할 수 없는 일본 문화에 대한 놀라움과 두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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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Ico2EmLXjj4

 

이런 곡을 이렇게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는 인생은

얼마나 행복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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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맞는 사람들이랑 별생각없는 수다

상대방:나=6:4 정도의 비중의 대화

인사이트를 주는 정치 이야기

 

서머싯 몸

스캇 펙

밀란 쿤데라 

기억력이 안좋아 기억은 못하지만 재밌게 읽었던 많은 책들 

박완서

헤밍웨이

제인오스틴

까뮈

아웃오브아프리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줄간격이 넓지 않은 책들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 소품 

빌에반스

쇼팽

서주와 알레그로

일본 시티팝 

 

강철의 연금술사

카우보이 비밥

이누야샤

귀를 기울이며

붉은 돼지

붉은 돼지 ost 

남들 (담담하게) 여행하는 영상 보기

 

넷플릭스의 전쟁 다큐

막 구입한 원서

논문 인쇄하기

좋은 평가를 담은 강의평 

가끔 귀가 아프지만 아빠랑 정치이야기하기

정치기사나 글에 댓글달기

내 글이 재미있었다는 이야기 듣기

웃긴 짤로 시덥잖은 농담 던지기

자다가 깬 엄마랑 고민 이야기하기

엄마랑 아빠가 신문보는 모습 구경하기

엄빠 집에서 바다 구경

어쩌다 보니 오래 하게 된 전화 

 

민트초코

엄마는 외계인

파운드케이크

닭백숙, 닭도리탕의 닭가슴살

엄마가 해준 나물 반찬

 

손가락이 아프지 않은 키보드

들어줄만한 정도의 스피커

빛 색깔 조절이 되는 스탠드

몇 가지 향수들 

 

헤매고 헤매고 헤매다

어딘가 과연 끝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때 

무언가 실날같은 희망의 끈을 겨우 찾아 붙잡고 

연구질문의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2-3주만에 갖춰진 글의 프레임은 

이틀여만에 30여페이지로 쏟아졌고

일주일동안 다시 정리되어 

오늘 세상의 빛을 봤다. 

 

이번 여름은 이상하게도 더 힘이 들었고

논문을 쓰겠다 마음먹고나서 작년 2월부터 고립의 연속이었다 

코로나 펜데믹과 함께 내 삶도 침잠했는데

쌓이고 쌓이다 올해의 중간에 터져버려서

마음의 병이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었다

그런데 일이 되려고하면 또 되는 건지 

이번에도 포기해야하나 못할것같은데라고 나약한 생각만 했는데

엄마도 지도교수님도 주변 선배들도 그저 나에게 어서 하자고 끌고 끌고 또 끌어주셔서 

결국엔 원고를 내고 얼렁뚱땅 발표까지 해 버리게 됐다 

 

기라성같은 선생님들 

너무나 뛰어난 교수님들 앞에서 내 부족한 모습을 드러낸다는 게 

보통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는데

그동안 특강을 여러번 하면서 발표 스킬이 생긴 건지 

막상 발표를 할 땐 스크립트를 보지 않아도 설명이 잘 되고 

여유롭게 마크까지도 사용하였으며

적절히 분량까지도 조절해서 꽤 괜찮은 발표였던 것 같고

선생님들께서도 글을 재밌게 써서 마음에 들었다는 소리까지 해주셔서 

나로서는 뿌듯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평을 받았다면 그렇게까지 들뜨지는 않았을텐데

나름 호평을 받은 상황이 되니까 마음이 되게 들뜨고 

이곳저곳 자랑을 하고 싶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갈 길이 먼데

여기까지 오게 도와주신 지도교수님 감사합니다 라고 

마치 수상소감처럼 말이 나와서 지금 생각해보니 좀 민망하다 

 

오늘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떻게든 부족한대로 준비된대로

질러보는 게 중요한 것 같고

어쨌든 한 고비를 넘었다는 게 스스로에게 대견한 점이다 

 

어찌보면 이번학기는 이제까지보다 자랑스러운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특강을 해도 평이 나쁘지 않았고 

모교에서도 특강을 했으며 

여름이 끝날즈음에는 발표를 한 번 했고

복잡한 원고를 쓰기도 했다

그에 더해 프로포절 발표를 하고

나름대로 내 연구분야랄 것을 찾았다 

내가 영원히 멈춰있지는 않다는 그런 느낌.. 분명 나도 움직이고 있다는 그런 느낌. 

 

이런걸 성취감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검도를 배운지 4달이 지났다.

호구를 쓰고 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한달 반 정도 지났다.

이제야 호구를 빨리 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호면 쓰는 게 어색하다. 

 

한 가지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도 대단하다.

하지만 오래 수련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수련하는 것인 듯 하다.

 

관장님과 사범님, 선배들과 이야기하면서 계속 나오는 소재이지만, 몇 년을 배워도 나아지기 어려운 건 처음에 잘못 들인 습관을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에 잘못 배워두었고 그 방식이 몸에 익는 시간 동안 아무도 그 잘못됨을 바로잡아주지 못했기 때문에 습관이 몸에 베이게 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 습관을 고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되어 버렸다고들 말씀하신다. 검도는 상대적으로 기검체 일치라고 하는, 순간의 바른 자세의 합을 갈고 닦아 나가는 것이 중요한 수련인데, 바른 자세라고 하는 기준이 엄격하다보니 올바르게 배우지 못한 경우의 어긋난 각도를 되돌리기가 그만큼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또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지난 2-3월, 우리 도장에는 성인 관원이 5명이 새로 들어왔다. 그 중 생존자(?)는 나 혼자뿐이다. 모두 생업이 바빠서, 힘들어서, 또는 기타 다른 이유로 도장에서 보기가 힘들어졌다. 

나는 뭐랄까, 이 운동을 더 잘 해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검도는 지금의 나에게는 숨 쉴 구멍이 되어 주는 측면이 있기도 하고, 관원들과의 소통도 잘 해나가고 있다보니 격려와 자극을 받기도 한다. 사범님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해진 날에 도장에 나오시고, 선배도 거의 매일 도장에 나온다. 나는 일주일에 2번은 꼭 가려고 하고, 대부분은 3번을 갔고, 요즘에는 하루에 2타임씩을 운동하고 있다. 그랬더니 정말 운동신경이 바닥에 가까운 나의 모습이 조금씩은 발전해가고 있는 게 보인다. 

 

하지만 검도는 어려운 운동인듯 하다. 몇년 씩을 수련한 선배들도 머리치기라고 하는 궁극의 동작에서 각도나 타이밍, 타격의 강도, 운지법, 발구름, 거리 맞추기 등에서 계속해서 개선할 점이 나온다. 어쩌면 단 하나의 동작일지도 모르는 머리치기라는 타격을 완성해가기 위해 몇 번이고 시도하고 피드백을 얻는다. 마치 국궁이 단 하나의 점인 10점의 중앙을 맞추기 위해 수년간의 수련을 필요로 하듯, 한 번의 타격이 기검체 일치로서 합을 이루도록 하기 위해 수백번 수천번을 연습하는 것이다. 그만큼 끈질기기도 하고, 끈기도 있어야 하고, 집중도 해야하고,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기 위해 날카로워야 하고.. 그만큼의 수련 기간을 견뎌내는 것 자체가 이 운동이 정신 수련이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난 시간에는 관장님께서 공세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다. 서로 중단 자세로 대치했을 때 한 발짝 들어가면서 상대의 목-중심-을 빼앗게 된다. 다시 말하면, 상대방은 중심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중심을 빼앗으면서-빼앗고 나서가 아니라 빼앗으면서 동시에- 머리치기를 한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관장님은 '너무 어려워서 이해가 안 되지?' 라시며 껄껄 웃으셨다. 초보 중의 초보인 나로서는, 이해가 될락 말락한 이야기였다. literally 이해는 되지만 mentally, physically, fundamentally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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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앤 

 

귀를 귀울이며 

 

 

두 작품에서의 사랑의 모습을 유독 좋아한 것 같다.

동년배의 친구로 만나

각자 꿈을 이뤄나가는 모습을 보며 자극받고 감명받으며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나가는, 

서로에게 배우고 응원, 격려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서로에 대한 애정이 싹트는 관계.

어느 순간 보니 서로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린 관계. 

한 순간에 격정적이게 타오르는 열정의 사랑이 아니라 

가랑비처럼 은은하게 마음을 적시는 사랑.

동등한 남녀가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함께 발전해나가는 사랑. 

 

이제까지 그런 사람을 찾아서 그런 사랑을 하지는 못 한 것 같다. 

내가 바라는 관계가 동화 속의 이야기인 걸까?

길버트나 세이지같이 듬직하면서 단단한 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멋있고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사람은 

현실 속의 많은 부분을 생략한 정제된 이미지일 수밖에 없다. 

저런 사람이 없었다기 보다는, 저런 성향을 포함하면서도 그 밖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을테고

관계가 맺어지는 양상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

낭만과 에로스로서의 사랑보다는 우정으로서의 사랑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나.

거기에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까지 마주하게 되면 

예쁜 사랑의 모습이 유지되는 게 녹록지 않아지는 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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