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매고 헤매고 헤매다

어딘가 과연 끝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 때 

무언가 실날같은 희망의 끈을 겨우 찾아 붙잡고 

연구질문의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2-3주만에 갖춰진 글의 프레임은 

이틀여만에 30여페이지로 쏟아졌고

일주일동안 다시 정리되어 

오늘 세상의 빛을 봤다. 

 

이번 여름은 이상하게도 더 힘이 들었고

논문을 쓰겠다 마음먹고나서 작년 2월부터 고립의 연속이었다 

코로나 펜데믹과 함께 내 삶도 침잠했는데

쌓이고 쌓이다 올해의 중간에 터져버려서

마음의 병이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었다

그런데 일이 되려고하면 또 되는 건지 

이번에도 포기해야하나 못할것같은데라고 나약한 생각만 했는데

엄마도 지도교수님도 주변 선배들도 그저 나에게 어서 하자고 끌고 끌고 또 끌어주셔서 

결국엔 원고를 내고 얼렁뚱땅 발표까지 해 버리게 됐다 

 

기라성같은 선생님들 

너무나 뛰어난 교수님들 앞에서 내 부족한 모습을 드러낸다는 게 

보통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는데

그동안 특강을 여러번 하면서 발표 스킬이 생긴 건지 

막상 발표를 할 땐 스크립트를 보지 않아도 설명이 잘 되고 

여유롭게 마크까지도 사용하였으며

적절히 분량까지도 조절해서 꽤 괜찮은 발표였던 것 같고

선생님들께서도 글을 재밌게 써서 마음에 들었다는 소리까지 해주셔서 

나로서는 뿌듯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평을 받았다면 그렇게까지 들뜨지는 않았을텐데

나름 호평을 받은 상황이 되니까 마음이 되게 들뜨고 

이곳저곳 자랑을 하고 싶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갈 길이 먼데

여기까지 오게 도와주신 지도교수님 감사합니다 라고 

마치 수상소감처럼 말이 나와서 지금 생각해보니 좀 민망하다 

 

오늘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떻게든 부족한대로 준비된대로

질러보는 게 중요한 것 같고

어쨌든 한 고비를 넘었다는 게 스스로에게 대견한 점이다 

 

어찌보면 이번학기는 이제까지보다 자랑스러운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특강을 해도 평이 나쁘지 않았고 

모교에서도 특강을 했으며 

여름이 끝날즈음에는 발표를 한 번 했고

복잡한 원고를 쓰기도 했다

그에 더해 프로포절 발표를 하고

나름대로 내 연구분야랄 것을 찾았다 

내가 영원히 멈춰있지는 않다는 그런 느낌.. 분명 나도 움직이고 있다는 그런 느낌. 

 

이런걸 성취감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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